2008. 8. 29. 18:33ㆍ건축수필
사기 감성 건축 설계론 제 1강
이종건 선생님의 '중심이탈의 나르시시즘'에 나오는 글입니다.
...정서는 기분[혹은 정조] 이다. 그런데 기분은 전체적으로 마치 기후와 같이
폭이 넓고 불명료한 특성을 띤다.
그리고 립스(T.Lipps)가 말하듯, 어떤 고유한, 그러니까 마치 향기가 퍼져나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어떤 확장력을 소지하고 있다.
이러한 연유로 현존재는, 하이데거가 지적하듯, 언제나 기분에 의해 좌우된다.
다시 말해서, 존재의 근원은 "어떤 인지하는 현존이 아니라
분위기에 의한 어떤 현존" 이라는 것이다.
그 까닭에 어떤 공간이나 풍경, 어떤 음악이나 장소는
늘 하나의 분위기를 소지하고 있는 듯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에 의해 넘어섬을 당한다....
이 글의 중심 내용은 바로
"우리는 분위기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존재이다."라는 것이죠.
예를 들어 우리가 술자리에 가는 것은
정확히 술을 몇잔 마실려고 계획을 하고 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그 술자리의 분위기에 따라서 마시는 거지요.
그러다가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술 마시고 안 좋은 이야기 나오면 또 기분 안 좋다고 마시죠.
또한 다른 책인 "텅 빈 충만" 이라는 책에 나오는 이 글...
19세기 말에 오스트리아 건축가인 아돌프 로스(Adolf Loose)가 말한 것인데요...
"공간이란 결국 표면효과에 다름 아니다."
이 말을 위의 중심 내용인 "분위기에 의한 어떤 현존"과 연계시키면
어떤 공간이 가지고 있는 표면효과(Surface Effect)는 특정한 분위기를 던져 줍니다.
그런 분위기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
또한 어떤 효과로 분위기를 말할려고 할까?
그런 것이 중요하겠지요.
여기서 이 '효과'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사용하는 요소...
건축 요소는 무엇일까요?
바로 크기-Size, 배치-Arrangement, 질감-Texture,
색감-Color, 빛-Light 등이지요.
이런 것을 하드웨어(Hardware)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리고 소프트웨어(Software)로는 바로 그 공간을 인지하는 인간이 되겠지요.
그 공간 있는 사람이 받는 느낌...
그 공간에 그 사람이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행위
(음악을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추거나...)
그런 것들일 겁니다.
하드웨어(Hardware)로서 그런 요소를 가지며 고형화.. 형상화 된 것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보는 창이나 계단, 벽, 문, 기둥,
그런 것들이 되겠지요.
철학 분야 중 현상학을 기본으로 건축을 하는,
스티븐 홀(Steven Holl)이 설계한 Chapel Of St. Ignatius를 예를 들어봅니다.
(http://www.seattleu.edu/chapel/tour/slide/)
위의 웹페이지에 이런 사진이 있지요.
어떤 느낌이 나십니까? 이 사진은 어떤 분위기를 던져줄까요?
그 다음 이미지가 이 이미지입니다.
아주 멋진 사진이지요?
이 사진에서는 어떤 느낌이 듭니까?
태양빛이 거친 벽에 부딪쳐서 부서지는 이 사진에서 어떤 것이 느껴집니까?
거친 면에 빛이 부서지는 것에서 무언가 아픔...
예수의 희생 거룩함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나요?
추측컨대 스티븐 홀은 이 광경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아주 세밀하게 계획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태양의 각도와 세기 그런 데이터를 구해서 실제 실험을 해보고
어느 정도 생각처럼 되면 그곳을 중심으로 잡고
나머지를 채워나가는 식으로 설계를 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 사진은 가까이서 찍은 십자가의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두 개의 사진이 그런 분위기를 던져주기 위해서,
그런 표면효과를 만들기 위해서 스티븐 홀이 사용한 장치는 무엇일까요?
사진에서 보이는 고형화된 혹은, 건축화된 장치는 크게 3가지로 보입니다.
하나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이며
두번째는 빛과 그에 의한 그림자
세번째는 거친 면으로 처리된 벽면이지요.
이 분위기를 던져주기 위해서 사용한 장치라는 게 3가지라는
뿐이라는 것.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사족이긴 한데 제가 볼 때 이 사진을 찍은 시간이 오후쯤일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되면 바로 밤이 되는데 밤은 아마 예수가 죽고 부활을
기다리는 시간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고
해가 뜨는 것은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공간을 만든다는 건 무엇일까요?
단지 기능적으로 만드는 게 다는 아닐것입니다.
어떤 감성... 어떤 감흥을 던져줄 수 있을까?
그것이 공간의 질을 결정하는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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