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건설 사업의 허구... 민자사업자들이 40%가 넘는 폭리
2010. 4. 4. 23:08ㆍ건축의 경계
[한겨레] [민자 '하도급 내역' 공개 파장] 드러난 경춘고속도로 혈세 낭비
건설비 뻥튀기 '결정적 증거' 될 듯…"부당이익 환수" 목소리
민간제안방식, 독점권 쥔 업체들이 책정-낙찰가 차액 챙겨
4년에 걸친 정보공개 소송 끝에 16일 드러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하도급 내역서는 민자사업자들이 40%가 넘는 폭리를 취했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민자도로는 그동안 '세금 먹는 하마'로 민자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된 적이 없다.
■ '40% 폭리' 의혹…예상된 결과 서울~춘천 고속도로 건설로 땅이 수용된 주민 함형욱(46)씨가 국토해양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서울~춘천 고속도로 하도급 내역서'를 보면, 민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들한테 지급한 돈은 하도급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 공사비의 일부인 하도급 부분금액의 56%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의 거의 대부분은 민자사업자 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2009년 물가 수준으로 모두 2조2725억원을 들여 뚫은 길이다.
이런 결과는 민자사업 문제를 추적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경실련은 그동안 '민자사업자가 건설비를 부풀려 사업비의 40%를 폭리로 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2006년 1월 '민자고속도로 건설의 예산낭비 실태 및 특혜 분석' 자료를 내놓으면서, 건설사들이 건설비를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에서 7594억원, 서울~춘천 고속도로 4850억원의 폭리를 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함씨의 자료에서 확인된 수치는 '최소 4831억원'이다.
민자사업에서 이런 폭리가 가능한 것은, 사실상 가격 경쟁이 없는 독점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민자사업은 정부가 먼저 사업 진행을 제안하는 '정부고시 사업'과 민간업체가 거꾸로 정부에 제안하는 '민간제안 사업'으로 나뉜다. 그런데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 정부가 사업을 채택하기만 하면 사실상 최초 제안자한테 독점권이 보장됐다. 이런 관행은 2006년 최초 사업제안자 외에 다른 업체한테도 입찰 기회를 주는 '3자 입찰제'가 도입될 때까지 이어졌다.
경실련은 2001~2004년 발주된 100개 고속도로의 입찰 방식별 낙찰률 현황을 분석해 "업체에 가격경쟁을 시킬 경우 정부가 애초 제시했던 가격의 62.4%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국가가 민자사업자에게 가격경쟁을 시키면 절감할 수 있는 공사비를, 민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한테 가격 경쟁을 시켜 빼먹는 셈이다.
■ "부당이익 환수해야"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건설비 부풀리기가 확인된 이상 정부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민자도로의 실제 통행량이 예측량의 일정 수준(65~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메워주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 이번 기회에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경우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길이 12.4㎞) 등의 민자사업에서 애초 명시됐던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를 없앤 바 있다.
< 한겨레 > 가 지난해 국토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토부와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민자사업자들에게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이란 이름으로 모두 1조5896억원을 지급했다.(표 참조) 지난해 부산~울산 고속도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등 정부가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해줘야 하는 도로들이 잇따라 개통돼 앞으로 혈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순철 경실련 기획실장은 "그동안 민자사업에 대한 가격검증 시스템 구축, 직접시공제 확대, 국책사업의 건설원가 상시공개, 납세자소송법 제정,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상설적 국책사업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해왔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 일부 재벌 건설사들한테 주는 특혜를 없애고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건설비 뻥튀기 '결정적 증거' 될 듯…"부당이익 환수" 목소리
민간제안방식, 독점권 쥔 업체들이 책정-낙찰가 차액 챙겨
4년에 걸친 정보공개 소송 끝에 16일 드러난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하도급 내역서는 민자사업자들이 40%가 넘는 폭리를 취했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민자도로는 그동안 '세금 먹는 하마'로 민자사업자의 배만 불린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나, 구체적 자료가 공개된 적이 없다.
이런 결과는 민자사업 문제를 추적해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경실련은 그동안 '민자사업자가 건설비를 부풀려 사업비의 40%를 폭리로 취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은 2006년 1월 '민자고속도로 건설의 예산낭비 실태 및 특혜 분석' 자료를 내놓으면서, 건설사들이 건설비를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에서 7594억원, 서울~춘천 고속도로 4850억원의 폭리를 취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함씨의 자료에서 확인된 수치는 '최소 4831억원'이다.
민자사업에서 이런 폭리가 가능한 것은, 사실상 가격 경쟁이 없는 독점 상태에서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민자사업은 정부가 먼저 사업 진행을 제안하는 '정부고시 사업'과 민간업체가 거꾸로 정부에 제안하는 '민간제안 사업'으로 나뉜다. 그런데 '민간제안 사업'의 경우, 정부가 사업을 채택하기만 하면 사실상 최초 제안자한테 독점권이 보장됐다. 이런 관행은 2006년 최초 사업제안자 외에 다른 업체한테도 입찰 기회를 주는 '3자 입찰제'가 도입될 때까지 이어졌다.
경실련은 2001~2004년 발주된 100개 고속도로의 입찰 방식별 낙찰률 현황을 분석해 "업체에 가격경쟁을 시킬 경우 정부가 애초 제시했던 가격의 62.4%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국가가 민자사업자에게 가격경쟁을 시키면 절감할 수 있는 공사비를, 민자사업자가 하도급 업체한테 가격 경쟁을 시켜 빼먹는 셈이다.
■ "부당이익 환수해야"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건설비 부풀리기가 확인된 이상 정부가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민자도로의 실제 통행량이 예측량의 일정 수준(65~90%)에 미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그 차액을 메워주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 이번 기회에 없애거나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의 경우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길이 12.4㎞) 등의 민자사업에서 애초 명시됐던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를 없앤 바 있다.
< 한겨레 > 가 지난해 국토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확보한 자료를 보면, 국토부와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민자사업자들에게 '최소운영수입 보장금'이란 이름으로 모두 1조5896억원을 지급했다.(표 참조) 지난해 부산~울산 고속도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등 정부가 최소운영수입 보장을 해줘야 하는 도로들이 잇따라 개통돼 앞으로 혈세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순철 경실련 기획실장은 "그동안 민자사업에 대한 가격검증 시스템 구축, 직접시공제 확대, 국책사업의 건설원가 상시공개, 납세자소송법 제정, 독립성과 전문성이 보장된 상설적 국책사업심의위원회 구성 등을 주장해왔지만 어느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제도 개선에 나서 일부 재벌 건설사들한테 주는 특혜를 없애고 부당이득을 환수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