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6. 19. 12:38ㆍ건축수필
※구획 : 토지 따위를 경계를 지어 가름. 또는 그런 구역.
※디자인 : 의상, 공업 제품, 건축 따위 실용적인 목적을 가진 조형 작품의 설계나 도안.
박종언 후배님이 '구획'과 '디자인'에 관해 투표하기를 하셨는데
'구획'과 '디자인'에 대해서 몇 자 쓰려고 합니다.
처음 학교에서 설계를 시작할 때 주어진 조건을 파악하고 대지를 분석하고 개념을 잡고, 이런 저런 생각들을 모아서 가능한 결과를 도출해서 거기에 맞게 도면을 짜고 세부 디테일을 그리고 그 결과를 판넬과 모형으로 표현해 냅니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들이 너무 힘들어서 시간에 쫓기다시피하며 작업을 진행해 나가게 되는데, 여기서 겪는 것 중 하나가 '도시락' 평면입니다.
즉, 내부공간을 '디자인'이 아닌 '구획'을 하는 거죠. 자신이 왜 이 정도의 공간으로 구획했는지 모르게, 가게에서 파는 도시락반찬통처럼 그냥 '구획'을 하고 여기에 밥과 반찬을 적절하게 집어 넣는 것처럼,
주택이든 사무실이든 그 공간이 어떤 이유로 적정하게 '디자인'되는 게 아니라 그냥 '구획'을 하게되어 그 공간에 사람이 맞춰야 하는 상황... 그런 느낌이 드는 상황이 오게 됩니다.
물론 이 부분은 내부 인테리어- 의자, 테이블, 침대, 선반등의 가구라든가 기타 사람의 움직임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해부학(해부학은 의학적 관점이고, 건축 쪽에서는 공학적 관점에서 휴먼 스케일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합니다. 물론 근본은 같지요. )등에서 알 수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 대한 (수치로 표현되는) 개괄적 이해와 행동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사람의 행동 이유 등에 대한 이해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바탕이 되면 그 때서야 그냥 그렇게 '구획'한 공간이 살아서 움직이게 됩니다.
여기에 자연현상에 대한 이해-태양의 움직임과 이에 관한 그림자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 비와 습기, 상하수도의 물의 흐름, 냄새의 발생과 이동, 사람의 움직임에 혹은 다른 물체의 움직임에 의해 발생하는 소리의 반향, 건축의 재료가 되는 콘크리트와 벽돌, 나무에 대한 구법과 재료에 대한-가 통합이 되어야 그 때 비로소 오롯한 공간의 '디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하는 것이고, 건축 설계를 업으로 삼는 사람 중에 남에게 인정받는-국내에서 혹은 국외에서- 건축가가 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름을 한번 들어봄직한 건축가는 대개 40대 중후반부터 50세 혹은 60세를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렇게 '디자인' 공간은 여러가지 재료와 요소들의 물리적 조합이 우리에게 감정적인 수준으로 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좋은 공간이라 함은 의도된대로 우리에게 물리적,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 의도라는 게 따뜻하고 아늑한 것이 될 수도 있을 테고, 혹은 긴장되고 스트레스를 주는 게 될 수 있을 겁니다.
며칠 전 읽은 기사 중에 '구획'과 관련될 듯한 것이 있었습니다.
“걱정 말고 공부하란 당신 말을 믿어도 되나요”
http://zine.media.daum.net/sisain/view.html?cateid=3000&newsid=20090611095117589&p=sisain
'.....규정을 떠나, 학생들은 예술에서 이론과 실기를 따로 공부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를 황당해한다. 배뱅이굿·줄타기 같은 전통 연희를 배우는 방성혁씨는 "이론을 배워야 몸짓이 나오고 느낌이 나온다. 손 하나 들고 발 하나 드는 동작만 연습하면 그건 율동하는 로봇이지 예술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론 수업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외부 지적과는 반대로 윤지나씨(08학번, 영상원 애니메이션과)는 "나 같은 실기과 학생들은 오히려 이론 수업이 적어서 갈증을 많이 느낀다. 그래서 이론과 전공수업을 일부러 찾아 듣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부 관료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6월2일 한예종 비대위 학생들을 만난 자리에서 문화부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예술학도라면 모름지기 영화 < 게이샤의 추억 > 에서 게이샤들이 걸음걸이 연습하듯이 연습(만) 해야 한다." .....
문화부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현 총장을 좌파 인사라 하여 표적감사로 몰아낼려고 공작을 꾸민다는 것이 이 기사의 내용입니다.
(한국 정치에서 '좌파, 빨갱이, 좌익'이라는 단어는 항상 집권층(이승만 정권, 박정희 정권, 전두환 정권, 노태우 정권, 김영삼 정권)에 대한 반대세력의 공격수단으로 쓰입니다. 6.25전쟁에 대한 처절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장년층에게 이 단어는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6.25전쟁 이후에도 정권은 항상 자신들이 곤경에 처할 때 북한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총선이나 대선이 있기 바로 직전 북한에게 사주하여 불안정국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자신들에게 투표하도록 유도하였습니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0801/h2008011619014721060.htm
계속 보아오면 '좌파'라는 단어는 자신의 반대세력을 공격하기 위해 일단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만들어 무조건적인 반감을 가지게 만드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어왔습니다. 그래서 '논리'적인 반대 의견 마저 묵살해버리게 만듭니다. 현 정권도 아주 효과적인 이 방법을 통해 자신의 반대파에 대한 공격을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한예종 사태도 그 연장선입니다. )
위 기사의 문화부 간부가 말하는 "예술학도라면 모름지기 영화 < 게이샤의 추억 > 에서 게이샤들이 걸음걸이 연습하듯이 연습(만) 해야 한다." 것이 바로 '구획'의 의미와 상통하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한예종의 학생들에게 춤추는 로봇이 되라는 의미지요.
(이 문화부 간부가 그 수많은 예들 중에 <게이샤의 추억>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개인적으로 추측컨대 이 간부는 매국-친일분자임이 틀림없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이정도만 하지요.)
자격증 중에 보면 '오토캐드기능사, 전자캐드기능사'라는 자격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자격증 체계를 보면 기능-기사-기술사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기서 '기능'이라 함은 단순한 기술을 가진 수준의 인력을 말합니다.
(기능인 분들을 폄하하려고 의도는 아닙니다. 이런 분들이 계셔야 전체적으로 일이 진행이 됩니다.)
그 위의 단계가 기사입니다. 대개 선배들이 많이 따는 건축기사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기사를 따고 현업에 4년정도 실무를 쌓으면 (시공, 구조)기술사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이런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첫째, 자격증도 좀 가려서 따라는 겁니다. 재학 시절 한 후배가 자기가 다니는 캐드학원에서 캐드기능사를 따라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저는 따지 말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수준의 자격증은 따 놓아도 별로 쓸모가 없다는 겁니다.
즉, 따기 쉽고 딴 사람도 많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생기지 않는다는 겁니다.
캐드도 잘 아는 사람한테 며칠 강의 들으면 어느정도 도면을 칠 수 있습니다. 재학시절에는 잘 모르는 부분이고 다들 하니깐 내가 모르면 뭔가 뒤쳐지는 느낌이 들 건데 자기 학점이나 돈이 걸린 상황이면 대개 다들 어느정도 마스터하기 마련입니다.
둘째, '구획'과 '디자인'의 관계가 '기능-기사-기술사'의 관계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구획은 좀 저급한, 단순한 느낌이 있고 '디자인'은 고급에 아주 복잡한 느낌이 있습니다. 크게 본다면 '디자인'의 하위 항목에 '구획'이 포함됩니다.
Vistra Fire Station By Zaha Hadid
그저 '구획'된 평면에도 내부에 가구나 사람이나 내부 조경같은 부분을 그려넣으면 훨씬 생동감이 있게 됩니다.
'구획'의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