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터널·항만·케이블 TV까지 빼먹는 맥쿼리

2010. 10. 11. 10:07건축의 외계

도로·터널·항만·케이블 TV까지 빼먹는 맥쿼리

시사INLive | 박형숙 기자 | 입력 2010.10.06 12:10 | 수정 2010.10.06 13:33 |

 
'맥쿼리'가 다시 화제다. 맥쿼리? 잠시 2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08년 8월,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명분으로 '공기업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인천공항도 포함시켜 크게 논란이 된 바 있다. '외국 전문공항운영기업과 전략적 제휴(15%)'를 포함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분 49%를 민간 부문에 매각한다는 것이 골자.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호주 맥쿼리(시드니) 공항'을 직접 언급하면서 세간에서는 "정부가 인천공항 지분을 맥쿼리에게 팔려는 게 아니냐"라는 의혹이 일었다.

때맞춰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맥쿼리 논란'은 여야의 정쟁으로까지 비화되었다. 중요한 국가 기간시설인 공항을 외국 자본에 넘긴다는 것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거센 데다가, 이명박 대통령과 맥쿼리 간 유착설이 돌면서 여당에서조차 무리한 민영화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아무튼 정부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고, 그 사이 맥쿼리는 다른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번에는 '방송'이다.



지난 9월8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야4당 공동 주최로 수도권 최대 케이블TV 사업자 씨앤앰(C & M)의 지배구조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맥쿼리를 비롯한 외국계 자본이 씨앤앰의 대주주가 되는 과정의 절차상 문제점과 직원 절반을 비정규직화하는 등 가파른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이 지적되었다. 씨앤앰은 200만 가입자를 보유한 종합유선방송 시장의 3위 업체. 펀드사가 방송사에 투자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최대 주주가 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씨앤앰 사태는 관심을 끌었다.

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아 그 금액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 실적에 따라 배당하는 금융 상품. 맥쿼리가 포함된 씨앤앰의 대주주 국민유선방송투자(KCI)는 특히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우려를 산다.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단기간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자본'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회사의 미래 투자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단기수익을 높일 목적으로 안으로는 비정규직화와 같은 구조조정을, 밖으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린 뒤 매각 절차를 밟는 이른바 '먹튀 자본' 아니냐는 것이 노조 측의 우려였다.

씨앤앰의 인수 과정은 이랬다. 초대 설립자 이민주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금난에 처한 지역 케이블 방송사들을 하나씩 사들여 씨앤앰을 설립했다. 2004년, 미국 월가의 거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1400억원대 투자를 유치했다. 2007년, 다시 골드만삭스는 씨앤앰 지분 30%를 맥쿼리에 팔았고, 맥쿼리는 다시 자신의 지분 중 15%를 국내 사모펀드 전문업체 MBK파트너스에 매각했다. 그 뒤 맥쿼리와 MBK파트너스가 중심이 되어 국민유선방송투자를 설립하고 이민주 회장의 지분(61.17%)을 매입함으로써 대주주(91.65%)가 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하지만 노조와 야당은 국민유선방송투자를 사모펀드 성격의 '종이 회사'로 보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위법성 여부를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뉴시스 2007년 인천 영종도 주민들이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고액 통행료에 항의하는 뜻으로 통행료를 동전으로 납부하는 시위를 벌였다.


씨앤앰의 투자사 맥쿼리의 정확한 이름은 '맥쿼리코리아오퍼튜니티즈펀드'다. 맥쿼리는 이같이 복잡하고 이상야릇한 이름을 가진 계열사·자회사·관계사가 많다. 맥쿼리코리아가스인베스트먼트, 맥쿼리인터내셔널리미티드, 맥쿼리아이엠엠자산운용, 맥쿼리아이엠엠리츠자산관리 등은 이름은 비슷하지만 모두 다른 회사이다. 대법원 등기소에 등록된 '맥쿼리'가 들어간 이름의 회사만도 150개가 넘는다. 하지만 살아 있는 회사는 30여 개. 대다수는 '청산 종결' 되었고, 비상장 회사들이라 기업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맥쿼리는 대체 어떤 회사일까?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은행·자문·투자·펀드운용·M & A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 금융그룹으로 탄생했다. 현재 전 세계 28개국에 70여 개 지사를 두었고, 우리 돈으로 300조원(3260억 호주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0년에 진출했는데 10년 만에 증권, 자산운용, 금융자문, 선물, 부동산 등 13개 분야의 사업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맥쿼리코리아(회장 존 워커)의 매출은 맥쿼리그룹의 아시아 지역 총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쿼리는 특히 '인프라 투자'의 귀재로 알려졌다. 사회간접시설(SOC) 분야에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해 투자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25개국에 110개 이상의 인프라 자산을 운영한다. 맥쿼리가 미국 다음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고속도로·터널·항만·대교를 비롯해 전력·도시가스·방송 등 전국 17곳에 투자 지분을 갖고 있다(부동산 제외). 이런 맥쿼리 인프라 펀드를 운영하는 회사가 맥쿼리코리아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다.

자, 이제 맥쿼리인프라가 돈 버는 방식을 알아보자.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홍보 동영상에는 그 실상이 잘 소개되어 있다. 한마디로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한 개인이나 기관들은 '매력적인 투자 기회'라고 무릎을 칠 만하지만, 세금 내는 국민 처지에서 보자면 기가 찰 노릇이다. 맥쿼리인프라가 우리나라 '민자사업'(민간투자사업)의 허점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맥쿼리인프라는 현재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서울 우면산 터널, 광주 제2순환도로 등 전국 주요 지역의 교통망(지도 참조)에 2조원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가 자랑하는 '장기간·안정적 수익'을 보장할 수 있는 원천은 바로 SOC 민자사업의 '최소수입보장 제도'. 원래 SOC 사업은 한국도로공사가 맡아왔지만 민자사업으로 전환한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부족한 재정과 외자 유치라는 명분으로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취지는 좋았지만 실제는 달랐다. 정부가 민자 SOC 건설 비용의 20%를 대주고, 정부 보증으로 산업은행 등이 시행사에 대출을 해주도록 알선해주었다. 민간 사업자 처지에서는 자기 돈 20% 정도만 투자하면 되는 셈이다. 그렇게 도로가 완공되고서도 민간 업자는 20∼30년 동안 운영권을 보장받고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다.

민자사업 허점 꿰뚫은 한국 최초 금융상품

건설뿐만 아니라 운영 과정에서도 '혈세'는 계속 투입된다. 예상했던 만큼 통행량이 많지 않을 경우, 정부의 최소수입보장에 따라 통행료 운영 수입의 70∼90%까지 지원해준다. 통행료가 비싸게 책정될수록 정부의 보장금액이 많아져 민간 업자에게는 통행료가 비싸고 차가 많이 안 다닐수록 수입이 보장되고 관리비는 적게 든다. 그야말로 '노나는' 사업이다. 외국에는 없는 제도다(정부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도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관련 규정을 삭제했다고 홍보했지만 근거법인 시행령은 그대로 살아 있고, 현재는 '투자위험부담금' 제도로 변형,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민자사업의 문제점을 끈질기게 제기해온 김헌동 경실련 단장은 한 가지 문제를 더 지적했다. "운영 과정에서 거의 아무런 위험 없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보니 사업 운영권마저 수백억원대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다"라는 점이다. 건설사 여럿이 출자해 구성한 시행사가 완공 후에는 금융권에 지분을 매각하는 일이 빈번하다. 공사 단계에서 하도급을 통해 이윤을 챙기고, 또 공사 후 지분 매각을 통해 차후 발생할 운영 수익을 조기에, 한번에 챙길 수 있는 방식이었다.

 
ⓒ씨앤앰노동조합 지난 8월, 맥쿼리 등 외국계 자본이 대주주인
씨앤앰 노조 조합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였다.

맥쿼리인프라가 파고든 지점이 바로 여기다. 광주 제2순환도로(1구간)의 경우를 보자. 맥쿼리는 대우·한솔 등 건설사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시행사 광주순환도로투자(주)로부터 지분 100%를 사들인다. 이제까지 광주시가 최소수입보장제도에 따라 광주순환도로투자(주)에 지급한 보전금의 총액은 844억원. 광주시 초·중학교 무상급식 예산과 맞먹는 액수다. 광주시로서는 재정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통행료 수입 보전금이 해마다 늘어났다. 통행량을 잘못 예측한 탓이다. 당초 광주시 인구가 늘어날 것을 전제했지만 예상과 달랐고 통행량은 매년 3만 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 결과 해마다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2001년 첫해는 62억원을 보전금으로 주었지만 2009년에는 153억원이었다. 그 사이 통행료도 1000원→1200원으로 인상됐다. 광주시는 수차례 맥쿼리 측에 실시협약 변경을 위한 협상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현행 28년(운영 기간)-85%(최소수입보장률) 기준을 10년-75%로 제안했다가 거부당하자, 운영 기간이라도 20년으로 단축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아예 관리운영권을 인수하려 '매입' 협상을 벌여보기도 했지만, 상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신임 강운태 광주시장이 '중앙정부 차원의 협상'을 호소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러한 사례가 비단 광주시 문제만은 아닌 만큼 맥쿼리인프라가 투자하고 있는 지역의 해당 지자체들과 연계해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계획이다.

맥쿼리인프라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광주순환도로 외에도 부산 수정산터널과 백양터널, 경상남도 마창대교이고, 대구시 순환도로는 85% 지분을 갖고 있다. 상대적으로 지분이 적은 곳에서도 영향력은 적지 않다. 맥쿼리인프라가 24.1% 지분을 가진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꾸준히 통행료를 올려 현재 7500원이고, 15% 지분이 있는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개통하면서부터 통행료(5900원)가 비싸 운전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서울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려면 40km의 인천공항고속도로를 타야 하는데, 같은 거리인 수원-이천 영동고속도로는 2500원이다. 한국도로공사의 통행료 산정 기준에 따르더라도 인천공항고속도로의 통행료는 2800원이 적정하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맥쿼리가 투자한 곳은 통행료나 사용료가 비싸기로 유명하다.

맥쿼리의 국내 주요 파트너는 '신한'

맥쿼리인프라가 적은 지분으로도 운영권을 좌지우지하는지는 이사회 회의록을 보지 않는 이상 '확인'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 운영권은 시행사가 갖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가 주는 재정지원금도 시행사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점이 발견된다. 맥쿼리인프라의 손익계산서를 들춰보면 수입이 대부분 '이자 수익'이다. 배당금은 미미하다. 왜 그럴까? 광주의 경우를 보자. 광주순환도로투자는 주식을 맥쿼리인프라에 넘긴 뒤 대출 기관을 갈아탄다. 시공 당시 정부 보증으로 국민은행에서 빌렸던 원금을 갚기 위해 맥쿼리인프라에게 대출을 다시 받는 식이다. 문제는 이자율이었다. 국민은행은 7.5%였지만 맥쿼리인프라는 10∼20%나 되었다. 그 결과 광주순환도로투자는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 수입을 이자 비용으로 지출하는 바람에 늘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이다. 2009년만 따져도 총대출 금액 1773억원(1구간)에 대한 이자 비용이 200억원을 훌쩍 넘겼다. 결국 해마다 발생하는 운영 수입은 시행사라는 껍데기만 남은 회사를 거쳐 고스란히 맥쿼리인프라 측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맥쿼리인프라가 자랑하는 '선진 금융기법'이다. 김헌동 단장은 "민자사업은 건설 단계에선 토건족이 빼먹고, 운영 단계에선 무늬만 외자인 투기자본이 이익을 빼가는 구조다"라고 일갈했다. 그렇게 맥쿼리인프라가 2009년 한 해 동안 전국의 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이자수익만 총 1578억원이다.

더 추적해보자. 맥쿼리인프라가 벌어들인 돈은 어디로 갈까? 우선 배당금으로 나간다. 맥쿼리인프라의 주주는 기관투자자(62.1%), 외국인(26.2%), 개인(11.7%)으로 구성된다. 주요 주주는 군인공제회(11.8%), 신한금융그룹(11.2%), 금호생명(7.5%), 캐피탈리서치 & 매니지먼트(6.0%), 대한생명(5.9%), 맥쿼리그룹(4.4%) 등 국내외 금융기관이다. 2009년 맥쿼리인프라가 분배한 배당금은 1900억원. 배당 가능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에게 배분했다. 이 대목도 눈여겨봐야 한다. 왜? 법인세법 제51조 2항에 따르면,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배당할 경우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맥쿼리인프라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사실 맥쿼리인프라의 자산을 자문·관리·운영하는 회사는 따로 있다.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자산운용과 신한맥쿼리금융자문. 그 대가로 맥쿼리인프라는 2009년 이 두 회사에 각각 230억원, 23억원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둘 다 맥쿼리와 신한금융의 합작 법인인데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자산운용은 맥쿼리가 대주주이고, 신한맥쿼리금융자문은 신한금융이 51% 지분을 갖고 있다. 맥쿼리 계열사들은 공동 전산망을 사용하며 인맥과 자금 등 투자 정보를 공유한다.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처는 대한민국 금융의 선두주자로서 한국 인프라 시장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을 통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신속하게 포착하고 정부기관·건설사 및 많은 금융기관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라는 게 맥쿼리 측의 설명. 맥쿼리그룹이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최대 금융기관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을 채택한 이유다.

맥쿼리인프라는 지금도 투자자에게 홍보한다. 맥쿼리 자산의 통행료 수입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입이 증가하는 구조이며, 통행료 수입은 물가상승에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실질 수입을 제공하며, 현재까지 정부가 한 번도 채무를 불이행한 사례가 없으며, 중도 해지 시에도 정부의 해지시 지급금으로 보호된다고. 더욱이 맥쿼리인프라가 보유한 자산의 남은 수입 보장 기간은 평균 14년. 더욱이 현금 거래다.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의 말이다. "투기자본의 속성은 독점권이다. 규제 산업이나 인허가 산업이 매력적인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나 못한다. 광범위한 인맥·정보·전문성이 필요하다. 관료·로펌·자본이 결합해야 한다. 국내 금융자본 입장에서는 그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맥쿼리가 필요한 것이다."

취재 자문: 세림회계법인 이상근 회계사

박형숙 기자 / phs@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