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아파트와 세대론 (아파트 공화국 2) - 세일러

2009. 2. 19. 17:17건축의 내계/집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549548

1.  
‘집’이라는 것 – 몽골의 집

2.   여러 가지 집들

3.   내 손으로 짓는 집

4.   통나무집과 소로우, 감옥과 신영복

5.   서울역의 집

6.   아파트 공화국

7.   아파트와 세대론 (아파트 공화국 2)

 

 

앞 글의 말미에서는 아파트 단지들이 슬럼화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우리는 100, 2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내린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하곤 합니다. 똑같이 100, 200년 뒤의 우리 후손들은 지금 우리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평가할 것입니다.

 

저는 이미 손가락질 당하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봅니다.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을 어떻게 가급적 줄여나갈 것인가가 남은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욕을 덜 먹을 수 있도록, 그래도 뒤늦게나마 깨닫고 부작용을 줄여보려고 노력했다는 말은 들을 수 있도록

 

이 문제의 해결은 100년 뒤, 300년 뒤, 500년 뒤에도 이 땅에서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 대한 사명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10, 아무리 늦어도 30년 내에는 슬럼화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번 경제위기, 그리고 우리 나라만의 세대간 불균형 문제와 맞물려 더 빨리 올지도 모릅니다.

 

우리 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는 현재 47~55세입니다. 이들의 은퇴시기가 곧 닥쳐옵니다. 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는 800만명 정도로 이들이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8%입니다. 이렇게 하면 실감이 잘 안납니다.

 

이 세대가 초등학생이던 19651968년 초등학교의 학급당 인원 통계를 보면 65명입니다. 이를 1960(57.4), 1978(53)과 비교해보면 이 세대가 앞뒤 세대보다 인구비중이 훨씬 높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세대가 현재 47~55세로 지난 수년간 인생에서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고 자산시장에서 왕성한 구매력을 보였습니다. 지난 수년간의 자산시장의 상승은 이들의 구매력에 기반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를 거꾸로 보면 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입니다.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은 호황을 누리게 됩니다. 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 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 일본의 경우는 1990,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의 붕괴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총인구의 감소는 2018(통계청)부터지만, 자산시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는 이보다 더 빠른 것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 비중의 감소가 시기적으로 겹쳐서 일어납니다. 이렇게 보면 단순하게 인구 구성 측면에서만 봐도 우리 나라 자산시장에서 후속 매수주체가 부족하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객관적인 수치를 떠나서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습니다.

 

이 땅의 기성세대(어느 연령대까지가 기성세대인지 모호한 개념입니다만)들은 다음의 책을 꼭 읽어봐야 합니다.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권일 저)

 

저자는 지금 이 땅의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그들이 가질 수 있는 직장이라곤 비정규직 밖에 없는데, 20대가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 임금을 계산해보면 한 달에 88만원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지금 이 땅의 88만원세대들은 세대 전체가 많이 아픕니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 신체적으로까지 세대 전체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 이런 시기에 결혼해야겠냐?"

 

이 땅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세대가 아프게 되면, 나라 전체가 건강할 수 없습니다.

 

경제란 모든 것이 맞물려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입니다. 나는 자산이 넉넉하니 남들은 가난해도 상관없다, 는 식으로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우리 세대는 넉넉하니 다음 세대는 어찌돼든 알 바 아니다, 는 식으로 돌아가지도 않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은 현재의 88만원 세대들에 비해 많은 자산을 축적해놓았습니다. 아마 대부분 부동산 형태로 축적해놓았을 것입니다. 자산이란 제대로 매각할 수 있어야 그 가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 연령대가 은퇴기를 맞아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파트를 팔고자 할 때, 그 뒤를 잇는 후속세대들이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사줄 수 있을까요?

 

구매력이 부족한 다음 세대는 당장 기성세대의 안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 4,50대들도 경제위기로 많이 힘드실 것입니다. 하지만 88만원세대들은 더 힘든 정도를 넘어 세대 전체가 심각하게 아픈 상태입니다. 힘들더라도 기성세대들이 다음 세대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만 합니다.

 

이번의 세계 경제위기가 아니더라도 우리 나라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었습니다.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와 4,50대 인구비중이 줄어드는 2015년을 앞두고 버블이 잔뜩 낀 부동산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했던 것입니다.

 

베이비 붐 세대의 선두인 1955년생은 올해 55세로 빠른 경우는 이미 은퇴를 시작할 것입니다. 올해부터 해가 갈수록 인구 구성의 변화는 우리 경제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거기에 이번 세계 경제위기가 겹친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외부의 충격파를 맞이한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시기도 하고, 쓰다 보니 내용이 길어져서 아파트 문제는 두 편 정도를 더 쓰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