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8. 22:45ㆍ건축의 내계/집
고급 주택시장 '소리없는 전쟁'
중견건설사 "일반아파트 분양보다 실익 짭짤"
'한남더힐' 성공이후 앞다퉈 사업진출 나서
지난 4일 중견건설업체 S사는 긴급 내부회의를 열었다. 고급임대아파트 '한남더힐'의 분양 '대박' 이후 고급주택 마케팅에 대한 전략을 새로 짜기 위한 자리였다. '한남더힐'은 임대보증금만 최고 25억원에 달하고 분양전환 시 부담금도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큰 손들이 몰리며 평균 4.3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계약률 역시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의 한 관계자는 "(한남더힐의 성공은)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지만 시중 부동자금은 여전히 투자처를 찾고 있다는 증거"라며 "고급주택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고급주택 시장에서 중견 건설업체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한남더힐의 성공을 계기로 중견 건설업체들이 앞 다퉈 고급주택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고급주택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실물 경기 악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양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대규모 아파트 분양에 나서는 것보다 브랜드 이미지 강화하면서 짭짤한 실익도 거둘 수 있는 'VIP마켓'에 매력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IG건영은 서울 성북동에서 최고급 단독주택인 '게이트힐즈성북'을 분양한다. 12개 가구에 불과한 소규모 단지지만 평균 분양가는 50억원 선으로 총 분양대금만 600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의 한 분양 관계자는 "분양 시작 전부터 사전 예약이 몰리는 등 부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노태욱 LIG건영 사장은 "중견업체가 토목 등 공공사업으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데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며 "게이트힐즈를 시작으로 고급주택 시장 등 다양한 주택 영업으로 스펙트럼을 확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코오롱건설 역시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108가구 규모의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며 고급주택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단순한 리모델링이 아닌 강남의 랜드마크 격 아파트를 짓겠다는 각오"라며 "아파트 명 역시 기존의 '더프라우'가 아닌 다른 브랜드로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대형건설업체들은 고급주택시장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다. 대부분 미분양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데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초고가 주택'사업을 펼칠 경우 자칫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업체 A사의 한 관계자는 "한남더힐만 해도 고분양가를 책정을 위해 직접 분양하지 않고 임대전환이라는 방식을 동원했다"며 "대형업체가 이런 분양기법을 동원했다면 후폭풍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주택의 분양 성공 여부도 불확실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한남더힐은 최적의 입지조건과 임대아파트라는 점이 장점으로 부각돼 성공을 거둔 특이한 사례로 봐야 한다"며 "입지 등에 따라 분양성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다 중견 업체들의 잇따른 고급주택시장 진출이 자칫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