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2. 19:16ㆍ건축의 내계/집
1. ‘집’이라는 것 – 몽골의 집
2. 여러 가지 집들
3. 내 손으로 짓는 집
4. 통나무집과 소로우, 감옥과
5. 서울역의 집
6. 아파트 공화국
7. 아파트와 세대론 (아파트 공화국 2)
8. 아파트는 정말 안전한가? (아파트 공화국 3)
9. 아파트와 통계 (아파트 공화국 4)
10. 아파트와 화폐환상
안녕하세요?
한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편 정도를 목표로 하고 최소 일주일에 한 편은 글을 올려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일주일을 넘기고 말았네요. 혹시 기다리셨던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이제 다시 집중해서 글을 쓸 수 있을 듯 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아파트와 관련하여 그 동안 댓글 주셨던 내용들 중 몇 가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다음 번 글 ‘아파트와 화폐환상’까지 해서 집에 관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제가 앞선 글에서 향후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게 될 거라고 말씀드리면서, 인구통계를 언급했었는데요, 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주신 글이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보충설명을 드리고자 합니다.
앞선 글에서는, 경제의 흐름를 예측하는 지표 중에 인구 구성의 변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견해가 있다고 말씀드렸고,
자산시장(주식과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세대는 구매력이 가장 왕성한 연령대인 40대와 50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40대와 50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주식과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많아져서 자산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고, 반대로 이 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게 되면 상황은 역전됩니다.
이 4,50대 인구 비중이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치고 한참 지난 뒤가 아니라 피크를 친 시점 직후부터 자산시장에 급격한 하락이 나타난다는 사실입니다.
일본과 미국.유럽의 경우를 보면, 이 세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피크를 이룬 시점이, 일본의 경우는 1990년,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2006년으로 자산시장이 피크를 이루고 붕괴를 시작하는 시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는 2015년을 전후로 이 세대의 인구비중이 피크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므로 인구통계학 상으로 보면 우리나라 부동산은 2015년까지는 상승을 하게 될 것이고 그 직후부터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상과 같은 인구통계학적 측면에서 바라본 부동산 가격 예측은, 그 동안 부동산 가격의 대세 상승 지속을 주장하는 논리 중의 한 가지로 얘기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구통계학 측면에서만 보면 저도 2015년까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봅니다. 여타 다른 변수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렇지요.
하지만 LTV, DTI 규제가 도입되었고, 보유세가 강화되었기 때문에 상승하지 못했을 것으로 봅니다(물론 이번에 규제들이 완화되고 있긴 하지요.). 거기다 이번에 경제위기가 닥쳤기 때문에 상승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다음으로 우리 나라 베이비 붐 세대(1955∼1963년생, 현재 47세~55세)의 은퇴 시작이 자산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이에 대해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가 1971년생이므로 베이비 붐 세대 기준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연령별 인구수를 그래프로 정리해보았습니다. 2005년의 통계청 인구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된 그래프입니다.
그래프를 보시면 71년생이 가장 인구수가 많긴 하지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71년생을 중심으로 한 2차 세대간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기를 맞아 이들로부터 아파트를 매수할 후속 매수기반이 취약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제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의 경제위기와 인구통계학적 위기 요인이 맞물린다는 점입니다.
이번의 경제위기가 대략 3년 정도 지속된다고 보면, 그 이후에 바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은퇴기와 40, 50대 인구의 감소기로 연결됩니다. 부동산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데, 후속 매수세는 받쳐주지 못하게 되는 사태를 맞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경제위기가 3년 정도로 수습된다고 해도 한국 부동산 시장은 90년대의 일본처럼 L자형 장기침체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객관적인 인구’수’의 문제를 넘어 ‘88만원세대’라고 하는 세대간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는 사실을 앞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다음으로 토지이용의 효율성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여전히 많은 분들이 고층아파트로 지었을 때도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수긍하기 어려우신 듯 합니다.
관련기사: "뉴타운사업으로 주택 수 절반으로 축소"
앞 글에서도 소개해드렸던 이 신문기사를 보면 뉴타운 사업 결과 주택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하면서 그 원인을 대형 평수로 지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실제 뉴타운 아파트의 사례를 직접 들여다보겠습니다. 신문기사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가재울뉴타운 아파트 중 아이파크 아파트의 세대수를 살펴보았습니다(출처: 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분양면적 기준으로 14평에서 43평까지 362가구입니다. 이렇게 지었을 때 가구수가 재개발 사업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아파트들의 면적을 절반으로 줄여 가구수를 2배로 늘린다면 재개발 이전과 가구수가 같아질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은 전용면적으로 따지므로 아파트의 전용면적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을 했을 경우 표에 보시는 것처럼 전용면적 4.9평에서 17.3평짜리로 지어야 재개발 이전과 비교하여 가구수가 줄어들지 않게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용면적 4.9평 ~ 17.3평이란 전혀 대형평형도 아니고 재개발 이전 가구들의 전용면적과 비교해도 더 열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고층아파트로 개발할 때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별로 높아지지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재개발 이전 주거단지는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극히 낮은 상태였다는 점입니다. 현재까지 진행된 초기 재개발 사업들은 모두 사업성이 높은 곳, 즉 저밀도 주거지역들(1층짜리 단독주택들이 많은 곳)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저밀도 주거지역들을 2~3층짜리 단독주택과 3층 정도의 타운하우스, 5층 정도의 연립주택이 어우러지는 복합단지로 개발한다면 고층아파트보다 얼마든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아파트의 대안으로 단독주택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라면 일정비율로 공동주택 거주가 맞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50%가 넘습니다. 하지만 그 나라들에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들 없습니다. 공동주택 = 고층 아파트, 가 전혀 아닙니다. 즉 우리 같은 고층 아파트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는 것입니다.
저는 재개발 사업이 일률적으로 ‘고층아파트’ 단지로 이루어지는 것이 나중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고, 공동주택을 짓는다고 해도 고층아파트 말고도 얼마든지 대안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추신:
그동안 환율이 많이 올랐습니다. 저는 연말 경에 실수요자 분들은 가계에 외환보유고를 쌓는 개념으로 분할 매수하시도록 권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환차손이 염려되신다면, ‘보험’의 논리로 생각하시도록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혹시라도 이제 많이 올랐다는 생각에 매도하실 생각마시고 지속 보유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수익이 났다고 매도를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애초에 보험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 아닐 것입니다.
수익이 났다고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매도해버리지는 않습니다. 가계의 외환보유고도 마찬가지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환차손, 환차익이 나더라도 개의치 마시고, 경제위기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는 통장에 외환보유고를 쌓아둔다는 개념으로 접근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앞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다고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 수익을 염두에 두고 단기대응을 하는 분들보다 보험차원에서 마음을 비우고 계신 분들이, 나중에 돌아보니 결과가 더 좋았더라, 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아무도 믿지 말고 스스로 판단하시도록 권해드렸습니다. 어제 날짜 매일경제를 보니 1면 머릿기사로 ‘1500원대 고환율은 일시적’이라고 나왔더군요. 스스로 판단하십시오.
저는 초기 글들에서 외환시장을 둘러싼 수요와 공급 상황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주식시장에 ‘재료보다 수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시장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