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건설업체 간부가 말하는 폭리구조실태

2009. 11. 2. 19:55건축의 내계/Aㅏ파트:투기적건축


전직 건설업체 간부가 말하는 폭리구조실태

 

택지지구 분양가 사실상 100% 담합"
한 전직 건설업체 간부가 전하는 폭리 구조 실태  

건설업체 80%, 한번씩은 '검은 거래' 해봤을 것


익명을 요구한 40대 후반의 이 전직 간부는 대형 및 중견 건설업체의 공사현장과 관리 부서 등을 두루두루 경험해 업계의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건설강국 건설에 이바지하고 싶었던 그는 업계의 어두운 현실에 실망해 지난 해 회사를 떠났다. 그는 “분양가를 담합하고 폭리를 취하면서 기술 개발과 품질 경쟁은 등한시하면서도 비자금을 만들어 정치권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자사의 부정한 이윤을 추구하는 등의 행태가 반복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주택건설업체 가운데 80퍼센트 정도는 최소한 한번씩은 ‘검은 거래’를 해봤을 것”이라며 건설업계에 만연한 부패구조를 개탄했다. 그의 고백 내용을 일문 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외환위기 후 시행사-시공사 분리로 '유통마진' 증가
사채시장 돈 유입, '로또택지' 따내려 혈안

  
-건설업체들이 왜 품질경쟁은 안 하고 땅장사에 치중하나. 폭리는 누가 어떻게 취하나.

좁은 국토에서 한정된 토지를 확보하는 게 건설업체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이 때문에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온갖 편법을 쓰게 된다. 우선 ‘페이퍼 컴퍼니’ 형식으로 자회사를 여러 개 만든다. 토지공사나 지자체에서 한 필지를 추첨하면 한 필지당 3~4개의 자회사가 참여한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토지를 획득하는 것 자체로 엄청난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만 확보하면 시행사들이 앉아서 떼돈을 번다. 원래 대형건설업체들은 시행과 시공을 같이 했으나 IMF외환위기 때 땅이 묶이면서 줄 도산이 이어지다보니 시행과 시공을 분리하기 시작했다.
유통마진이 늘어난 셈이 되고 이전에 토지에서 이익을 챙기던 시공사들이 토지 이윤을 시행사와 나누게 되면서 분양가에서 폭리를 더 취하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분양가 자율화 정책을 썼는데 이는 건설사의 이윤 확보와 정권의 내수경기 부양 목적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분양가 자율화 정책 초기에는 적정한 분양가가 형성되지 않겠는가 했는데 분양가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라. 지난 몇 년동안 연 몇십 %가 상승하면서 분양가에서 건설업체들이 폭리 취하는 게 관행화됐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퇴직한 사람들이 시행사를 많이 만들었다. 시행사들은 그동안 다져놓은 토지공사나 지자체 인맥들을 이용해 토지를 확보한 뒤 계약금의 10퍼센트만 내고 잔금은 시공사의 신용도를 이용해 대면 된다. 거기서 폭리의 커넥션이 형성됐다. 시행사는 토지를 통해서, 시공사는 시공 후 분양가 인상을 통해 폭리를 취했다. 외환위기 전에는 분양가를 규제했기에 폭리를 취할 수 없는 구조였지만 이제 가격은 고삐풀린 망아지가 된 셈이다. 시행사 직원은 보통 3~4명 정도로 사장 한 사람만 실무 경력을 갖고 있을 뿐 나머지는 토공 직원이나 공무원들에게 돈 주고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시행사는 왜 생겨나고 어떻게 움직이나.

기존 시공사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시행사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땅만 물고 오면 기존에 다녔던 회사와 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 시공사가 택지를 분양받기 위해 시행사를 유령회사로 만드는 방법도 많이 쓴다. 시행사가 폭리를 취하다보니 다시 자회사를 만들어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한다. 회사를 작게 만들수록 탈세하기 쉽고 감사나 세무조사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립과 폐업이 자유자재이므로 3~5년마다 있는 국세청 세무조사는 받을 일도 없다. 건설업체에서 일 좀 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퇴직 후 시행사를 차린다. 일년에 한 건만 하면 평생 먹고 사는 게 보장되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채업자 등 전주들에게 돈을 빌려 택지만 따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 시행사에 돈 대는 전주들은 원금의 몇 배는 쉽게 번다. 몇 백조의 돈이 부동산시장에 돈다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이들 돈이다.

택지 당첨 기회를 늘리기 위해 어떤 회사는 전국에 하나씩 다 시행사를 갖고 있다. 아예 대기업의 지사를 독립법인화해서 계열사 아닌 것처럼 시행사를 두기도 한다. 아니면 퇴직한 직원들이 나가서 시행사를 만들게 하고 공생공사하는 경우도 있다.

재건축 부지 경우에는 시행사 직원들이 공동주택용지로 용도변경하면 시세 400~500만원 되는 걸 전제로 지주들을 각각 만나서 시가 100만원인 땅을 200만원에 산다. 지방단체장이나 고위 공직자들이 용도변경이라든가 건설 실무에 관여하면서 건설업체나 주택업체에 혜택을 주고 대가로 정치자금을 수수한다. 시행사 직원들이 대부분 이런 일을 한다. 공무원들을 접대하며 정보 공유하고, 설계 변경과 분양공고 등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돈을 쓴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공사가 묶이면 엄청난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건축, 설계, 분양, 모델하우스 건립, 용지변경 등 관련 부서의 공무원들과 감리사, 설계사, 건축사 등 심의를 맡는 사람들에게도 다 로비해야 한다. 말단 직원부터 과장, 국장까지 다 기름칠을 한다. 층고와 학교 주변 여부 등의 문제로 군부대장이나 교육감 등에게도 돈을 건네게 된다.


명절 '떡값'만 수백만원대...꼭 해야 하는 사업은 수억원도 써
공무원, 페이퍼컴퍼니 묵인...비자금 규모, 매출액의 5~10%대

  
-로비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

처음에는 접대를 한다. 명절 떡값이나 경조사 봉투는 관행이다. 보통 업체 오너들이 주는 것과 팀장, 부장급이 주는 액수가 다르고 사안별로도 다르다. 사업 진행을 위해 꼭 해야 하는 거라면 몇 억도 갖다 바친다. 통과되면 수백억이 남는데 왜 안 하겠나. 명절 떡값은 100~500만원 선이다. 이밖에 접대는 접대대로 룸살롱 등에서 따로 해야 한다.



-공공택지개발지구의 택지는 추첨식으로 분양하는데 그렇다면 시행사의 ‘능력’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것 아닌가.

‘페이퍼 컴퍼니’인 줄 뻔히 알면서 묵인해주는 것도 특혜 아닌가. 업계에서도 어느 업체가 페이퍼 컴퍼니인지 서로 알면서도 묵인한다. 다 그렇게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로또택지’를 낙찰받은 업체는 안 된 업체에 위로 떡값을 주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땅값의 1~2퍼센트는 푼다. 가만 앉아서 수백억씩 버는데 그게 뭐가 아깝겠나.



-시행사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전주들과는 어떻게 수익을 배분하나.

시행사와 전주들의 관계는 다양하다. 전주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아파트 프로젝트에서 이익의 얼마를 챙기는 경우도 있고 금리를 처음부터 얼마로 정해 받는 경우도 있다. 금리는 보통 사채 금리 이상을 챙긴다. 또는 전주가 시행사 멤버중 한 사람이 돼 이익의 얼마를 나눠먹는 방식으로 하기도 한다.


-비자금은 어떻게 만드나.

자재 구입 때 원래는 70원인데 80원이라고 속인다. 세금계산서를 가짜로 만든다. 보통 100억짜리 공사면 10억정도의 비자금이 생긴다. 이런 식으로 자재비, 인건비, 관리비 다 속일 수 있다. 문제는 비자금이나 뇌물마저도 결국엔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다 공개돼야 썩은 떡고물들이 드러나게 돼 있다. 이런 것들로 관과 언론사, 광고업체, 분양업체 등이 모두 관련되다 보니 다 이런 것들이 드러나면 어떻게 되겠나. 분양원가 공개해서 이런 것들이 다 드러나면 폭동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다. 건설업체들은 그게 두려운 거다.


-음성적인 돈의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

기업별로 다르지만 5~10퍼센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대기업 경우에는 몇 백억, 몇 천억까지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분양 때 주변 시세 조사, 여론조사도 동원...언론 통해 여론몰이
언론에 집행 안해도 되는 광고 내며 관계 형성

  

-시행사와 시공사는 어떻게 역할을 나누나.

시행사가 땅을 팔면서 시공사를 정하고 시공사와 분양가를 산정한다. 시행사가 어느 정도 역할할 거냐에 따라 다양한 역할 분담이 가능하다. 분양가 산정하는 경우에는 매우 긴밀하게 협력한다. 모든 서류에 같이 도장을 찍게 돼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가 시행사에서 땅을 받아서 공사를 하고 시행사는 시공사의 각종 지원을 받아 땅을 받는다. 시공사가 대형 업체일 경우 사업 추진과정에서 걸림돌이 생길 때 다른 루트로 관련 공무원을 찍어누르기도 하고, 정치권 로비해서 인허가도 쉽게 받는다.



-분양가는 어떻게 정하나.

모델하우스 오픈 전에 분양가를 확정하는 단계가 있다. 분양가를 높이면서 모델하우스를 잘 꾸며서 잘 모르는 일반 사람들이 속고 사도록 만드는 데도 공을 들인다. 분양가를 확정할 때는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주변 아파트의 시세 조사도 다 한다. 얼마에 살 의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전화 인터뷰 등 여론조사까지 해서 분양가를 정한다. 이렇게 해서 대략적인 범위 안에서 여러 개의 안을 마련한다. 여러 안 가운데 시행사와 시공사가 함께 협의해 최종 분양가를 확정한다.

부동산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갈수록 분양가를 높인다. 부동산 값이 뛸수록 분양가 높이는데도 유리하니 부동산 값을 띄우기 위한 여론 조작도 한다. 고도의 전략인데 업체가 땅을 산 지역에 대해 ‘유망개발정보’ 등의 형식으로 언론, 특히 신문에서 보도되게 한다. 건교부의 중장기 전략을 분석하는 자료를 내고 화성 동탄과 행정수도 부지 등이 터지면 얼마나 오르고 식의 정보를 계속 제공하는 거다. 이렇게 언론과의 유착관계도 생겨난다. 홍보팀에서 출입기자들을 만나 접대하면서 애로 있다,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현금을 쥐어주면서 어떤 기사 나갈 때 우리 회사 부각시켜달라 이런 식으로 부탁도 한다. 물론 부탁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접대가 통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특히 대형업체들은 홍보팀을 통해 관련 기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분양가 산정할 때 광고비를 간접비의 1~2퍼센트 정도로 산정한다. 광고비는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안 써도 될 텐데 반드시 광고를 내는 게 관행처럼 돼 있다. 안 해도 분양되는데 웬만하면 전면광고한다. 분양 끝난 뒤에도 사례광고를 한다. 메이저 신문은 기본이고 경제신문에도 대부분 광고한다. 언론에는 괜히 밉보이면 안 되니 광고하는 거다. 한 공사 프로젝트 관련해서 주위 민원도 있고 산업재해도 발생하고 회사 비리도 드러날 수 있으니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유착하는 것이다.



-분양가 담합은 어떤 식으로 하나.

대규모 택지개발지역에서는 분양할 때 10여개 이상 업체들이 참여하다 보니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시행사-시공사 협의회가 만들어진다. 심지어 행정기관에서 이를 장려하기도 한다. 간사업체가 있고 공동경비를 모아서 갹출하고 홍보비도 같이 쓰게 된다. 분양팀, 건축팀, 개발팀 등 실무진들이 분과를 만들어 협의도 한다. 특히 분양가 실무요원들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분양가 책정 작업을 벌인다. 각 사별로 원가의 차이는 있지만 어떻게 아파트를 짓고 분양가는 얼마로 할지 대충 맞춘다. 원가도 서로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이익 되는 방향으로 분양가를 정한다. 행정기관을 의식해서 분양가에 약간의 차이를 두는 시늉을 할 뿐이다. 공공택지지구에서는 거의 100퍼센트 분양가를 담합한다고 보면 된다.

"시장 원리 작동 안 하는데 시장원리 운운하다니"..."업계 풍토 바꿀 절호의 호기"
    

-왜곡된 건설시장을 바로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차별화된 경영하고 분양가와 품질도 다르게 해서 수요자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 지금은 전혀 경쟁 체제가 아니다. 눈 앞에 엄청난 이익이 보이는데 누가 경쟁하겠나. 택지를 분양할 때도 페이퍼 컴퍼니들이 준동하지 못하도록 시공실적이 있는 업체들만 참여하게 해야 한다. 분양가를 산정해 분양 인허가 받을 때 점검해야 하는데 안 한다. 설계대로 과연 제대로 했는지를 준공 검사 때 제대로 체크 안 한다. 하더라도 형식적으로 하고 문제가 생겨도 로비하면 다 통한다. 사전 입주자 점검 제도라는 게 있지만 기술적으로 잘 모르는 고객들이 당할 수가 없다. 제품 하자인지 아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한 어떻게 따지겠나. 외벽 도장할 때만 해도 몇 번 도장하느냐에 따라 원가가 큰 차이가 난다.


-분양원가 공개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게 가격을 낮추라는 측면보다는 가격과 품질이 적정한 지 소비자들이 판단하게 하자는 것이라고 본다. 이익을 취하지 말라는 게 아니지 않느냐. 지금 웬만한 건설업체는 30퍼센트 이상의 폭리를 취한다고 본다. 토지원가, 건축원가 말고도 본사 인력의 관리 비용과 홍보비용, 기술개발비, 금융비용 등을 아무리 포함시켜도 매출액 대비 5퍼센트 이내다. 1000억 공사에 300억 남으면 이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제조업체라면 1조 매출에 겨우 300억정도 남기지 않나.

물론 분양원가가 공개됐을 때 파장이 클 것이다. 공개되면 인허가 관청들과 업계의 유착구조가 산산이 부서지지 않을까. 파장과 부작용이 있더라도 공개 안 하면 결국 미봉책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원가연동제도 해보고 청약 제한 등 수요 측면에서도 해보고 조세정책으로도 다 해봤지만 제대로 효과 본 게 없다. 최후의 수단으로 분양원가를 공개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일단계로 주공 등 공공아파트부터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 효과 좋으면 민간 아파트로 확대하고 부작용 있으면 유보하면 되지 않나.


-정부에서는 분양원가 공개가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하는데.

실제 시장에 입각한다면 시장의 룰을 정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수요나 공급에 엄청나게 개입하지 않나. 원가연동제도 지금 정부가 개입하자는 것 아닌가. 지금 정부가 하는 것도 반시장주의적이다. 정부는 마치 지금까지 시장원리에 따라 해온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시장원리를 얘기하려면 공정경쟁 토대부터 만들어야 한다. 건설업체나 관료들은 공정경쟁 토대가 만들어지기 전에 시장 자체가 무너진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수천 개 건설업체가 다 주저앉겠나. 300억 이익 나든 시장에서 100억 난다고 사업 안 하겠나. 건설시장 깨끗하게 할 수 있는 호기이지만 괜히 손댔다가 경제성장 목표 못 이룰까봐 걱정하는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거시경제 실적을 위해 미시경제가 희생당하는 것이다.

국민적으로 분양원가 공개 여론이 비등할 때 이를 받아서 하는 게 좋은데 왜 안 하나 모르겠다. 건설업체가 큰 충격을 받을까 걱정인 모양인데 양심적인 주택업체들이 대체할 세력으로 버티고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