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3. 9. 12:57ㆍ건축의 내계/집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583060
1. ‘집’이라는 것 – 몽골의 집
2. 여러 가지 집들
3. 내 손으로 짓는 집
4. 통나무집과 소로우, 감옥과
5. 서울역의 집
6. 아파트 공화국
7. 아파트와 세대론 (아파트 공화국 2)
8. 아파트는 정말 안전한가? (아파트 공화국 3)
9. 아파트와 통계 (아파트 공화국 4)
10. 아파트 공화국, 피라미드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 5)
11. 아파트와 화폐환상
얼마 전 TV 프로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피라미드 사기(불법 다단계) 사건에 대한 심층보도가 있었습니다. 피해액이 무려 4조원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피라미드 사기사건에 대해서는 그동안 많이 보도가 되었으므로 누가 속을까 싶은데, 끊이지를 않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1997년 알바니아에서는 국민의 70%가 뛰어들었던 피라미드 사기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정권의 고위관료들이 다수 관련되어 있었는데 이들은 국민들의 피라미드 가입을 장려하면서 뒤로 비자금을 챙겼습니다.
이 정도면 가히 피라미드 공화국이라고 할 만 합니다. 결국 이 피라미드가 파국을 맞았을 때 그로 인한 소요사태가 벌어지자 정권에서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려 했습니다. 그 결과 내전이 벌어졌고 결국 정권이 바뀌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파트 공화국 = 피라미드 공화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은 전국민이 합심하여 수십년 동안 피라미드 게임(=폰지게임)을 벌여온 것이 아닐까요?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합니다.
단독주택보다 생활하기 편리해서, 주차가 편리해서, 학군이 좋아서 등등
하지만 정말 솔직해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것 같아서, 가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아닐까요?
강남구 도곡동의 도곡렉슬 32평 아파트의 가격을 조회해보니 10억정도 하는군요. 그나마 07년 1월 15억에서 많이 내린 가격입니다.
‘아파트가 더 좋다’고 얘기되는 여러 요소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요소들이 지니는 가치가 32평 아파트에 대해 10억원을 지불할 정도로 큰 것일까요?
가만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 가격이 앞으로도 계속 지속적으로 하락한다고 해도 여전히 현재의 가격을 지불할 만큼 가치가 크다고 느끼게 될까요?
또 하나 대답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그 아파트의 가치를 누리기 위해 전세로 살면 안될까요? 도곡렉슬 아파트 32평의 전세가는 4억원입니다.
전세를 살면 이사다니기 불편하다고 합니다. 불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의 대가로 6억원을 지불할 만큼 큰 것일까요?
역시 마찬가지로, 앞으로 수년간 지속적으로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이사다니기 불편하다고 하며 전세보다 매입을 선호할까요?
지금 매입에 나서는 사람들이 정말 이사다니기 불편해서 그런 것일까요? 그보다는 이제 바닥을 찍었다는 생각, 얼른 올라버리기 전에 쌀 때 사서 투자수익을 올리자는 생각이 더 강한 것 아닐까요?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를 것 같아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 나중에 오는 사람에게 더 비싼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에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시스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뒷사람이 그 가격 이상으로 받쳐주는 한 유지가 되는 시스템이 피라미드입니다. 폰지게임이기도 합니다.
아파트의 강점으로 ‘환금성’이 흔히 얘기됩니다. 저는 그 표현 안에 이미 피라미드 게임의 속성이 암시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주택은 환금성이 없는 것이 정상입니다. 어떻게 우리나라에서는 사람 사는 주택이 ‘환금성’이 있는 투자대상 상품이 되어버렸을까요?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있다는 미국에서도 주택을 가지고 환금성 있는 상품이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미국 외에 또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는 나라들, 영국, 스페인, 아일랜드에서도 환금성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유명했던 일본에서도, 버블의 절정기에도, 주택이 환금성 있는 상품으로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아파트의 ‘환금성’이 얘기된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둘러싸고 수십년동안 전국민이 참여하여 벌여온 게임이 매우 위험한 것일 수 있다는 시사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진행이 되어버렸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 중의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50년 세월동안 부동산은 끊임없이 올랐고,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된 시민들은 체제의 찬양자가 되었고, 정권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단지 아파트가 대량생산되는 만큼 그에 꼭같이 비례하여 체제의 찬양자가 대량생산되었으니까요.
점점 더 올라가는 가격에 국민들이 계속해서 아파트를 사주는 피라미드 게임이 지속되는 한, 건설자본은 초과이윤을 올릴 수 있었고, 놀라운 경제성장을 손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갔고 점점 더 많은 국민들이 피라미드 구조에 편입되고자 열망하였습니다.
계속 피라미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정권과 자본에게는 이익입니다.
수십년 동안 주택가격, 아파트 가격의 지나친 상승이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투기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잡는 방법을 몰라서 못 잡은 것일까요?
보유세를 높이면 바로 잡힌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보유세는 높이지 않고 자꾸 양도세만 높여왔습니다.
보유세를 높이면 잡힌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요?
보유세를 높일 것을 주장하는 소수 학자들의 목소리는 아주 가끔 신문기사에 조그맣게 나긴 합니다. 그런데 그 뒤론 잘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는 ‘건설족’이라 불리는 집단이 존재합니다. 일본에서는 ‘토건족’이라 불리우는데, 우리나라는 일본과도 다르게 토목보다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건설 위주이다 보니 건설족이라 불리웁니다. 토목 위주가 아니라 아파트 위주로 버블을 키우다 보니 버블이 터질 경우 국민들이 직접 입어야 할 피해는 일본보다도 더 클 것입니다.
건설족이란,
재벌 계열 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 담당 관료, 정치인, 언론사, 학계가 뭉친 집단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막대한 이윤이 창출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불법 로비자금이 조성됩니다. 정관계의 불법 정치자금이 건설회사로부터 흘러나온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메이저 언론사의 광고수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건설광고입니다. 학자들은 건설회사나 협회, 정부에서 발주하는 건설관련 용역을 받아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건설족들이 구축한 5각 구도 시스템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충성스러운 정치인, 관료에게 상을 주고 이의를 제기하는 정치인, 관료에게는 벌을 줍니다.
학자들에게, 언론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건설족들이 오랫동안 정교하게 발전시켜온 시스템 하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보유세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도태되어 갑니다. 건설족에 우호적인 학자들만 용역을 받게 되고, 언론에 얼굴을 내밀 기회를 잡게 됩니다.
보유세를 강화하자는 주장은 예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가령
이처럼 보유세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반대논리가 나옵니다. 지난
애초 종부세 부과의 하한선이 6억원이었던 것이 진행과정에서 9억으로 상향조정 되었습니다. 9억으로 해서 시행되다가 아파트 가격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없자 6억으로 강화시키는 절차를 다시 밟느라고 시간을 낭비해야 했고, 그로 인해 적시에 종부세 도입의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반면 이번 정부에서 종부세가 약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참 빨리도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내려지자 관련법이 개정되기도 전에, 어차피 법이 바뀔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서둘러 부과기준을 바꾸고 세금을 환급하고 합니다.
모든 부동산 제도가 유사했습니다. 건설족의 이익에 반하는 것은 대의명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입되더라도 시간과 절차가 오래 걸리고,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정하는 시행령 단계에서 법안의 취지를 약화시키는 장치들이 도입되면서 힘이 빠져버립니다.
반면 건설족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률은 엄청 빨리 만들어집니다. 법률에서는 너무 노골적으로 이해관계를 드러내지 못해도 시행령 단계에서 엄청 강력해집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무력화시켜버린 우리나라의 보유세가 과다했던 것일까요?
저는 앞 글에서 미국에 사시는 저희 외삼촌의 사례를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4억 6천만원 짜리 주택에 대해 실제 납부해야 하는 보유세가 700만원 정도 됩니다. 실효세율 1.52%입니다. 누진세 체계이므로 주택가격이 4억 6천만원을 넘어가면 실효세율은 1.52%보다 더 높아지게 됩니다.
모든 경우에 대해 ‘미국식’을 주장하면서 보유세에 대해서는 어떤 메이저 언론도, 국회의원도 미국의 사례를 얘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참 뻔뻔스럽다 싶기도 하고, 좌절스럽기도 합니다.
수입이 없는 가난한 노인이 어떻게 종부세를 내느냐는 항변이 메이저 신문 1면에 나옵니다. 참으로 뻔뻔스럽습니다. 수입이 없는 가난한 노인이 왜 꼭 종부세를 내야 하는 그렇게 비싼 집에 살아야 할까요?
월 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쓴 ‘월가의 영웅’에 보면 주택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시스템에 대한 얘기가 나옵니다.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 인생의 전성기에 큰 주택에 살다가 은퇴해서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큰 집을 팔고 작은 집으로 옮기면서 그 차액을 가지고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사회가 돌아가는 시스템이라고 나옵니다.
우리 메이저 언론사들이 기초적인 상식도 없는 사람들일 리는 없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신문이 어떻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메이저 신문일 수 있습니까?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메이저 신문사들이 보여주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아파트 피라미드 시스템이 이제 극단적인 상태에까지 이르렀음을 봅니다.
보유세를 약화시키는 법률에 대해 제 1야당인 민주당 조차도 ‘퇴장’이라는 최소한의 모양새만 갖추었을 뿐 쉽게 ‘동의’해주었습니다. 역시 극한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증거의 하나입니다.
미국에서는 부자가 존경받는데, 한국에서는 부자를 증오한다는 뉘앙스의 언론기사를 꽤 자주 접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10억 만들기’가 온 국민의 목표로 유행하는데 과연 한국에 부자에 대한 증오심이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부자가 존경받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그들은 내야 할 온당한 세금을 모두 내기 때문입니다. 그 세금이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예산으로 쓰입니다. 그러니 부자가 저소득층으로부터도 존중받습니다.
우리들은 미국의 부동산 버블 붕괴를 얘기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보유세를 낮추자는 주장이 나온 적이 없습니다.
우리의 경우 종부세가 유명무실해져버렸습니다. 종부세는 지방자치단체에 교부되어 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예산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 예산이 없어져버렸습니다.
자동차라는 1000만원짜리 자산을 보유하면 자동차세라는 자산을 보유한 데 따르는 보유세를 냅니다. 10억짜리 아파트라는 자산을 보유하면 그에 합당한 보유세를 내는 것이 합당합니다.
어느 정도가 합당한가?
그것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이 익히 잘 알고 있으며 그동안 늘상 추구해왔던 가치에 따라 결정하면 됩니다. 미국식 표준을 따르면 됩니다.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시작되었다 하고 미국에 부동산 버블이 끼었다 하지만, 사실 미국 부동산에 낀 버블은 우리에 비하면 그리 심각하지도 않습니다. 보유세로 인해 적절하게 제어된 것입니다.
최소한의 브레이크 조차 없이 50년을 질주해온 우리 부동산 시장에 심각한 버블이 존재합니다.
이번 경제위기를 보면서 계속 하게 되는 생각은 과도하게 쏠린 것은 급격하게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부동산 시장은 극단값까지 쏠려있다고 봅니다.
피라미드가 무너지는 종말이 가까워왔다고 봅니다.
갈 데까지 갔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이 보입니다.
모든 대기업 그룹마다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포스코에 포스코 건설이 있어서 아파트를 짓는 것이 정상일까요? 현대차 그룹에도 엠코라는 건설사가 있습니다. 대우자동차판매도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합니다.
모든 대기업들이 아파트 피라미드 게임에 뛰어들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입니다. 모든 대기업들이 고유의 사업에 전력투구하지 않고 전부 다 아파트 건설에 뛰어들었다는 것은 이미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섰다고 보입니다.
지난
헤게모니 쟁탈전에서 누가 이겼을까요?
종부세가 도입됐고 대출규제가 생겼으니 부동산 제도를 개혁하려는 쪽이 이겼던 것일까요?
건설족이 승리했습니다. 건설족의 논리에 유권자들이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그 승리의 결과 탄생한 것이 현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정권과 국회의 권력은 별개였습니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강력한 대통령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국민들의 무의식적인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전통적으로 야당 성향이 강했던 지역들에서 조차 여당 국회의원들이 선택되었고, 이에 대해 ‘내 아파트 가격도 올려달라’는 유권자들의 의도가 반영되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는 극단값에 이르러 버린 쏠림이 꺾이지 않을 수 없는 시점까지 왔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피라미드 게임(=폰지게임)은 후속 매수세가 받쳐주어야 지속될 수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그동안 젊은세대들이 집을 사려면 등이 휘어질 정도로 빚을 지지 않고는 집을 살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이를 젊은 세대들에게 강요함으로써 피라미드를 확대시키고 유지해왔습니다.
이 마저도 이제 극단값까지 이르렀습니다.
저는 앞에서 우리나라의 세대간 격차 문제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땅의 젊은 세대인 88만원세대들은 이제 지쳐버렸습니다.
이들은 기성세대가 구축해놓은 피라미드 시스템에 아예 참여할 의욕조차 못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포기해버렸습니다.
이들이 삶마저, 미래의 희망마저 포기해버리기 전에 기성세대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재앙은 기성세대에게 되돌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