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가 빠지게 번 돈 전부 서울로 보낼끼가?"

2009. 3. 9. 18:17건축의 외계

"쎄가 빠지게 번 돈 전부 서울로 보낼끼가?" - 오마이뉴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80281&PAGE_CD=

[르포 ①] 신세계 센텀시티, 오늘 부산 개점... 시민들, 지역경제 위축 우려
09.03.03 11:10 ㅣ최종 업데이트 09.03.03 14:32 최경준 (235jun)
                
                    ▲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인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가 3일 개장했다.  ⓒ 최경준

국내 최대 규모의 백화점, 전국 및 아시아 상권 대상의 국내 최초 '동북아 랜드마크', 세계 최초 쇼핑과 온천 결합, 업계 최초 나이키·애플 등 글로벌브랜드 메가숍 도입, 국내 최대 스크린의 영화관·문화홀·갤러리 등 문화예술의 메카, 그리고 스케이트·골프·영화·독서·영어교육·음악·미술관람을 함께 즐기는 리조트형 복합 쇼핑몰.
 

3일 부산에서 '화려하게'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에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무엇보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올해 매출 4300억원, 5년 내 1조원 달성 등 향후 전국 1번점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앞서 부산에 진출한 롯데·현대백화점도 연간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부산에서 올린 수조원대의 수입은 모두 본사가 있는 서울로 빠져나간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동안 부산은 빈껍데기만 남은 '소비도시'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환영 현수막에 꽃길로 화답... 신세계, 넘어야 할 산 많다

지난 2일 오후 2시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센텀시티 단지, 개장을 하루 앞둔 신세계 센텀시티 매장과 약 5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롯데백화점 벽 사이에 꽃길 조성이 한창이었다. 지난달 25일부터 내걸린 롯데의 '신세계 센텀시티 개장 축하' 현수막에 대한 신세계의 화답인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롯데백화점의 아성으로 불리는 부산에 입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의 신세계가 백화점 업계 1위의 롯데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낸 셈이다. 때문에 '부산대첩', '해운대첩'으로까지 불릴 만큼 전운이 감돌았다는 점에서 롯데의 환영 현수막은 뜬금없었다.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고 했던 롯데가 오히려 초조함을 내비친 꼴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롯데는 이런 분석을 완강하게 부인하지만, 대세는 이미 기운 것 아니냐는 시각도 많다. 꽃길 작업을 하던 한 인부는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우리 아들이 그라는데, 벌써 신세계한테 롯데가 잡아먹혀삤다 안 합니까"라고 일러줬다. 롯데의 환영 현수막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속으로는 안 그렇겠나? 긴장하고 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실제 멀찌감치 떨어져 두 건물을 바라보면 롯데백화점이 신세계 센텀시티의 부속 건물처럼 보일 만큼 규모에 있어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 센텀시티 사이 인도에는 자전거 거치대가 어중간하게 설치돼 있고, 그 옆으로 다시 오토바이 4~5대가 주차돼 있었다. 하지만 롯데백화점에서 빠져나온 고객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불과 50여 미터도 채 안 되는 신세계 센텀시티 현관 쪽으로 빠른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정식 개장을 앞둔 지난 1~2일 이틀간 잠재 VIP 고객만을 대상으로 '프레오픈(pre-open.사전개장)' 행사를 진행했다. 첫날 1만5000여 명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은 가랑비가 내리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다소 한산해 보였다. 입구에서는 미처 초청장을 받지 못하고 찾아온 고객들과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박명자(52·해운대)씨도 초대장이 없서서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씨는 "롯데백화점에 들른 김에 신세계도 와 본 것"이라며 "아무래도 상품이 롯데와는 차별화가 될 것이고, 스파(온천)와 쇼핑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어서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초대장을 받아 매장을 둘러보고 나온 박정숙(60·해운대)씨는 "롯데백화점보다 매장 공간이 넓어서 좋다"면서도 "3층 숙녀복 매장에는 아직까지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우중충한 색깔의 옷이 많더라"고 아쉬워했다. 박씨는 신세계 센텀시티의 입점에 대해 "다양한 문화공간이 확보되니까 좋다"고 말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로서는 부산시민들의 관심 사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개장일인 3일까지 영업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완전히 이행하지 못한 채 '절름발이 오픈'을 하게 됐다. 신세계 센텀시티 지하에 들어설 대규모 식품관이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편법 개점이라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결국 신세계 센텀시티는 지난달 28일 해운대구청 측으로부터 '조건부 대규모 점포 등록'이라는 사실상의 편법 영업허가를 받고 오픈에 나섰다. 자칫하면 신세계 센텀시티가 불법 영업장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 롯데백화점이 지난달 25일부터 신세계 센텀시티 개장 환영 현수막을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왼쪽) 신세계 센텀시티는 불과 5미터 거리의 롯데백화점 사이에 꽃길을 조성했다. ⓒ 최경준

"쎄가 빠지게 번 돈 서울로 보내"... 현지 법인화 등 촉구

무엇보다 신세계 센텀시티의 입점을 계기로 "대기업의 배는 최대한 불리고, 지역경제 성장에는 관심이 없는" 대기업 유통업체들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 앞에서 만난 박명자씨는 "부산사람들이 쎄가 빠지게 번 돈이 전부 서울로 보내지면 부산에는 마이너스 아니냐"며 "안 그래도 부산 경제가 힘든데,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부산에 재투자를 해야 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앞서 최형욱 부산시의회 의원은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4000억~5000억원대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 공헌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부산에서 소비한 자금이 서울 본사로 역유출돼 지역 경제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백화점들과 대형 할인점들의 매출은 2008년 말 기준 3조7천억원(백화점 1조2천억원, 대형 할인점 2조5천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신세계 센텀시티까지 가세하면서 올해 매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최 의원은 "롯데백화점은 연 매출 1조원을 올리지만 지역은행에 맡긴 돈은 38억원에 불과하며 메가마트도 7500억원 매출에 지역은행 예금 1일 평균잔액이 8000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신세계 센텀시티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센텀시티가 첫해 내는 세금은 199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종부세 등 국세 15억원을 제외하면 부산지역에 납부하는 취득세·등록세와 주민세 등 지방세는 184억원에 불과하다는 게 최 의원의 설명이다. 재산세 등 매년 정기적으로 부산지역에 납부할 지방세도 60억원대에 불과하다. 매출 규모에 비하면 이 정도 세금은 지방 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자금의 역외유출 심화 현상은 '본사 서울, 지점 부산'이라는 구조에서 파행됐다. 부산지역에서 돈을 벌었지만 정작 부산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반면 신세계는 1995년 광주에 ㈜광주신세계백화점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바 있다. 지역백화점 형태를 취하면서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2010년 대구에 개점을 추진 중인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5월 대구지역 은행인 대구은행과 주거래은행 지정 등을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인 업무제휴 협약식을 했다.

부산경실련은 2일 성명을 내고 "부산에 있는 롯데백화점 3개점과 현대백화점, 신세계 센텀시티 등 대형유통업체들은 지점 형태로 운영 중"이라며 "'단물'만 빼가는 대형유통업체들 때문에 쓰러져가는 지역 상인들과 취약해지는 지역 경제는 결국 부산 시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대형유통업체 진출에 따른 고용 및 경제 창출 효과 등에만 현혹되어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제대로 생각해보지 않은 부산시에도 책임이 있다"며 "부산시는 대형유통업체들의 지역 진출의 가시적인 효과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전반의 유통업계와 소상공인들의 경제기반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유통업체들이 중소형 슈퍼마켓까지 진출해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부산경실련은 "신세계 센텀시티 개점을 계기로 부산지역 대형유통업체들의 현지법인화와 기금 출연, 지역 은행의 주거래 은행 선정 등 지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과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구학서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 센텀시티를 통해 부산시의 해양 문화 인프라 시설과의 시너지를 창출해 부산시를 세계적인 관광특구로 랜드마크화하고 관련산업에 파급효과를 만들어냄으로써 부산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